통증이 줄었는데 왜 운동을 계속해야 할까
안 아픈 것과 몸이 제 기능을 되찾은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상담 장면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실제 상담 내용이 아닙니다.

운동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화가 꼭 한 번은 이 지점에 도착합니다. 허리가 한결 편해졌다는 말 끝에 따라오는 질문. "그럼 이제 운동은 그만해도 되죠?" 질문하는 쪽 표정은 대개 밝습니다. 숙제를 다 끝낸 학생 같은 얼굴이죠. 그 얼굴 앞에서 "아직이요"라고 말하기가 늘 조금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안 아프면 끝난 것 아닌가요
통증은 화재경보기와 닮았습니다. 경보가 꺼졌다고 해서 불이 났던 자리까지 정리된 건 아닙니다.
허리가 아픈 동안 사람은 저절로 덜 움직입니다. 덜 굽히고, 덜 걷고, 불편한 자세를 피하죠.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몸통을 받치는 근육의 힘과 지구력,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가 줄어들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통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한동안 남아 있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덜 아프다'와 '다시 잘 쓴다'를 따로 봅니다. 기준은 생활입니다. 오래 앉아 있기, 장바구니 들기, 계단 오르기. 이런 동작을 신경 쓰지 않고 해내는지가 진짜 회복의 지표에 가깝습니다.
내담자요즘은 아침에 일어날 때도 괜찮아요. 이제 안 아프니까 운동 그만해도 되죠?
전문가편해지셨다니 반갑습니다. 하나만 여쭤볼게요. 바닥에 떨어진 물건 주울 때, 30분 넘게 앉아 있을 때는 어떠세요?
내담자음… 줍는 건 아직 좀 조심스럽게 해요. 무릎부터 굽히고요. 오래 앉으면 뻐근하긴 하고요.
전문가그게 제가 보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통증은 줄었는데, 몸을 쓰는 방식은 아직 아팠을 때 그대로인 거죠.
한 번 좋아지면 다시 안 오지 않나요
2018년 랜싯(The Lancet)의 허리 통증 특집 논문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새로 생긴 허리 통증은 대부분 빨리 좋아지지만, 재발은 흔하다. 같은 논문은 허리 통증이 지금 전 세계 장애의 첫 번째 원인이라고도 짚었습니다.
그렇다면 재발은 무엇으로 줄일까요. 2016년 JAMA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메타분석이 좋은 답을 줍니다. 무작위 대조시험 21건, 참여자 3만 850명을 모아 예방법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꽤 선명했습니다. 운동과 교육을 함께 한 그룹은 허리 통증이 생길 위험이 비교 그룹의 약 0.55배였습니다. 운동만 한 그룹도 0.65배 수준이었지만, 이쪽은 근거의 질이 낮게 평가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효과가 없던 쪽입니다. 교육만 받은 경우, 허리 보호대, 신발 깔창은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알기만 하는 것, 무언가를 몸에 두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몸을 직접 움직인 쪽이 달랐습니다.
랜싯의 치료·예방 논문(Foster 등)은 이 연구들이 주로 이미 허리 통증을 겪은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합니다. 통증이 막 줄어든 분들이 바로 그 대상입니다.
내담자그래도 한 번 나았으면 또 오진 않겠죠?
전문가그랬으면 좋겠는데, 허리 통증은 재발이 흔한 편이에요. 연구를 보면 운동을 이어간 사람들에게서 다시 아파지는 일이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그럼 얼마나, 어떻게 하면 되나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허리 통증 가이드라인(NG59)은 평소 활동을 이어가도록 격려하고, 개인의 필요와 능력에 맞춘 운동 프로그램을 고려하라고 권고합니다. 랜싯 특집이 정리한 여러 나라 가이드라인의 공통점도 비슷합니다. 누워서만 쉬지 말고, 일을 포함한 일상 활동을 유지하라는 것. 통증이 오래가면 기능 개선을 목표로 한 점진적 운동을 권합니다.
점진적이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시작해서 아주 조금씩 올립니다. 운동이 생활에 붙어 있으면 따로 의지를 짜낼 필요도 줄어듭니다.
혼자 이어가실 때는 아래 정도만 지키면 충분합니다.
내담자매일 한 시간씩은 자신이 없어요.
전문가한 시간은 필요 없어요.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매일요. 세게 가끔보다 짧게 자주가 이겨요.
내담자어떤 걸 하면 되죠?
전문가지금 편하게 할 수 있는 동작 두세 개면 충분해요. 거기에 걷기를 더하고요. 쉬워지면 조금씩만 늘리면 됩니다.
- 동작은 2~3가지로 단순하게 고릅니다. 처음 해 보는 동작이라면 천천히, 거울 앞에서 자세를 확인하며 시작합니다.
- 통증이 없거나 편안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 한 번에 5~10분, 하루 2~3번처럼 짧고 자주 합니다.
- 양치 후, 출근 전처럼 매일 하는 일 바로 뒤에 붙입니다.
- 쉬워지면 횟수나 시간을 조금만 늘립니다. 한 번에 두 배로 뛰지 않습니다.
- 운동 뒤 통증이 다음 날까지 남거나 심해지면 양을 줄입니다. 줄여도 계속되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합니다.
- 걷기 같은 일상 활동은 따로 챙깁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한 층도 좋습니다.
이럴 때는 병원 진료가 먼저입니다
- 대소변을 보기 어렵거나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
- 사타구니나 엉덩이 안쪽(안장 부위)의 감각이 둔해진 경우
- 다리 힘이 점점 빠지거나 저린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
- 열이 나거나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나쁘면서 허리가 아픈 경우
-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 넘어짐이나 사고 같은 외상 뒤에 생긴 통증
- 누워서 쉬어도 줄지 않고 밤에 더 심해지는 통증
위 증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운동은 잠시 멈추고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먼저 진료를 받으십시오. 특히 대소변 이상이나 안장 부위 감각 저하는 빨리 확인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영상 검사가 필요한지는 진료하는 의사가 판단합니다.
오늘 저녁 양치 후에 딱 5분, 편한 동작 하나만 해 보세요. 내일도 같은 시간에요.
이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글입니다. 개인마다 상태가 다르므로 정확한 평가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